박덕수

꼭 이렇게 덕수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것 같지만 덕수는 건강하다. 그냥 생각해보니 난 덕수이야기를 적어본 적이 없어 그냥 한번 적어보고 싶었다.

 

덕수는 대학친구가 분양받은 고양이의 새끼였다. 분양해 달라고 졸랐었고, 그때 즈음이 개에서 고양이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옮겨가던 시기였다.

취업을 하고 곧 덕수가 태어났고, 나는 덕수를 데리고 왔다.

 

고양이에 대해 알고 있던 이미지는 흔한 그 이미지였다.

  • 낯을 가린다.
  • 주인을 몰라본다.

덕수는 달랐다.

내 자취방에 온 첫날. 덕수는 침대위를 마음껏 뛰어다녔다. 낯가림이 심했던 지 어미와 달리 덕수는 처음부터 침대에 대자로 뻗어서 누워잤다.

 

누가 그랬다. 고양이는 운동신경이 좋아서 높은데서도 잘 뛰어다닌다고.

덕수는 달랐다. 멍청하고 둔했다. 심지어 높은데서 미끄러져서 송곳니 하나가 뿌러지기까지 했다.

 

덕수와 동네 시장에도 자주 나갔다. 그땐 내 품에 쏙 들어오는 아기고양이였고 힘도 약했다. 그냥 잠바안에 넣고. 어깨위에 올리고 시장에 나갔다. 그렇게 다니면 고양이들이 산책 고양이가 된다고 누가 그랬다. 익숙해진다고.

덕수는 달랐다. 자기 발소리에도 자기가 놀라는 겁쟁이였다. 더 하면 덕수가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늘 순한 내 새끼라고 생각했지만, 산책하다 절봉이를 처음 줍줍한 날이다.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마치고 돌아온 절봉이를 덕수는 무척 경계했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막았고, 밥도 못먹게 으르렁 거렸다.

적응 중인 절봉이가 나를 물자 절봉이를 제압했다.

 

덕수 아기를 너무 보고 싶었다.

언젠간 태어날 내 아이가 대를 이어서 모실 수 있게 하고 싶어서, 수소문 끝에 입양한 셋째고양이 초롱이는 덕수가 멍청하다며 온몸으로 거부했다. 동네 바보형 같은 덕수는 끝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고. 둘은 결국 맺어지지 못하고 중성화를 당했다.

 

자취방에서 혼자 울고 있을 때, 덕수가 갑자기 나에게 자기 머리를 박았다.

일반적으로는 애교의 뜻이지만, 덕수는 온몸으로 내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있었다.

나는 그걸 느낄 수가 있었다.

 

어느새 덕수는 15살이다. 절봉이도 그 즈음이고.

사람으로 치면 60이 넘는 할아버지지만.

우리집에 온 첫 날 침대에서 뛰어다니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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